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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삶! 때론 낯선

골목 구멍가게에 음악이 흐르는 사연

by 구르다 2009. 9. 8.
사무실이 주택가에 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 앞에는 작은 슈퍼가 있습니다. 이름이 슈퍼이지 그냥 구멍가게 입니다.
몇 년 사이 주인이 여러번 바뀌었습니다.
저는 주로 담배를 사기위해 이 가게를 이용합니다.

가게 앞에는 가끔 동네 어른들이 슈펴에서 술을 사다 나누어 마시기도 하는 작은 평상도 하나 있습니다.

경남 창원 봉곡동 마을도서관 앞 백송슈퍼



그런데 며칠 전부터 가게 앞에 CD카세트라디오가 등장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듣는 사람 없어도 골목에 음악이 흐릅니다.
어제는 그것이 신기해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SSM이 골목상권을 장악하는 추세라 나름 영업전략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슈퍼 입구에 CD카세트라디오가 놓여 있습니다.



담배를 피기위해 나갔는데 주인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주인아주머니는 마을도서관 운영위원으로 참여도 하였는데, 슈퍼를 하고부터는 움직일 수가 없어 운영위원 활동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CD카세트를 밖에 내놓은 이유가 궁금해 물었습니다.

"카세트는 뭐할라꼬 밖에 내 놓았는되예?"

"와예, 시끄럽습니꺼"

"아, 그게 아이고예, 괜찮습니더, 궁금해서예"

"그냥 기분좋아 지라고예, 안 좋습니꺼, 음악이 나오모, 싸우는 사람들도 없을끼고, 카페같은 분위기도 나고"

"사람들이 술먹다 싸우기도 합니꺼"

"아입니더, 싸우는 사람 없습니더"


슈퍼 앞에 CD카세트를 내놓고 음악을 틀어 놓은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조용한 골목에 음악이 흘러 나오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제가 별종인지도 모릅니다.
그냥, 이웃을 위한 작은 배려였습니다.

조금전에 음악이 흘러 나오나 나가봤는데..
때마침 슈퍼 앞을 지나는 젊은 부부가 신기하다는 듯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부의 얼굴에서 순간 웃음이 피어났습니다.

그러고보면 마을의 공동체를 위하는 것에는 거창한 것이 아닌
작은 것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실천이 우선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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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0 - [삶! 때론 낯선] - 정겨운 골목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