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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길걷기

지리산 마천 옻닭으로 몸안에 옻칠하고..

by 구르다 2009. 8. 2.
일하는 곳에서 일년에 두번 수련회를 간다. 겨울 수련회는 통영 한산도 옥녀봉을 (2009/02/27 - [도서관이야기] - 짜릿함이 가득한 사량도 옥녀봉) 다녀왔고, 여름수련회는 지리산 둘레길을 지난 7월29일(수) 다녀왔다.
지금까지 수련회는 토,일 이렇게 1박2일로 진행하였는데, 이번에는 하루 일정으로 다녀왔다. 그것도 처음 잡은 토요일 일정이 비로 연기되어 부득히 평일로 수행을 하였다.

작은 도서관에서 활동하는 실무자들은 다른 공간에서 활동하다 보니 평소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다. 수련회는 그런한 조건을 보완하는 장이고, 진행하는 사업에 대해 서로 공유하고 격려하는 자리이다.
이번 수련회의 주제는 '소통'이다. 그래서 지리산 둘레길을 함께 걷는 것으로 잡았다.

2009.7.29.함양 마천면 의중마을

둘레길 걷기 가이드는 우리 단체의 최헌섭 이사님이 해 주셨다. 경남발전연구원에서 근무하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문화재를 훼손하는 사업이라 그것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그만두고 나오신 분이다.

이번 둘레길 걷기를 하면서도 외형적 성장에만 치우쳐 자꾸 주변 경관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덩치만 키워가는 사찰의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하셨고, 둘레길을 만드는 것 역시 어쩌면 자연을 훼손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의 과제를 참여자들에게 던졌다.


이번 지리산 둘레길 걷기는 함양 마천면 의중마을에서 출발하여 벽송사까지의 짧은 거리였다. 전날 비가 왔고 당일 날이 흐려 걷기에 딱 좋은 날이였다. 마천이 많은 사람들이 숯이 유명한 곳이라 알고 있는데, 실은 옻이 유명한 곳이라 한다. 옻은 그릇이나 공예품에도 칠하지만, 사람 몸 속에도 칠하는 거라고 그래서 점심 메뉴가 백숙인데 특별히 따로 옻닭을 요청을 했다고 한다.

오전 둘레길 걷기를 끝내고 점심 시간이다. 짧은 길 이지만 땀도 적당히 흘렸고 길에 얽힌 많은 사연들도 들었다.
평소 먹지 않는 아침까지 먹고 왔지만, 점심 때가 되니 배가 심히 고팠다.

백숙 세 개와 옻닭 한 개를 시켰는데, 잠시 동안이지만 어느 자리에 앉을까 고민을 했다.
마천이 옻으로 유명하다 하니 이렇게 먹어보지 않으면 또 언제 기회가 있을까 싶어 덜컥 옻닭자리에 앉았다.
뒤에 벌어질 일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다.


계곡 옆에 자리잡은 칠선산장이었다, 전 날 내린 비로 칠선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요란하였다.
반찬은 가지 수는 많지 않지만 깔끔하게 나왔다. 곰취짱아찌가 맛있었다.
 

술은 마천고을 지리산 솔잎 막걸리..술을 못하지만 한 잔 받아 놓고 맛만 보았는데, 술맛을 모르니 따로 평할 수도 없다.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 마천 옻닭이 나왔다. 닭이 크지는 않지만 먹음직 스럽다. 젓가락이 닿기 전에 찰칵..

함양 마천 옻닭


옻닭 상에는 국물도 따로 나왔다. 최헌섭 이사님 말로는 예전에는 먹고나서 국물을 따로 담아 달라고 해서 집에 가서도 먹었는데 요즈음은 따로 담아 주지 않는다 한다.


푹 삶아서 그런지 속까지 옻이 잘 배어들어, 오늘은 몸 속에 옻칠을 양것 할 수 있겠다.
 

옻닭은 2006년 여름 수련회 때 먹고 별 탈이 없었기에, 평소 육고기를 즐기지 않지만 맛있게 먹었다.
2006/07/13 - [도서관이야기] - 다들 안녕하신가요..

2006년 여름 수련회 때 먹은 동읍 옻닭


그리고 옻닭죽도 깔끔하게 비웠다.
옻이 오를 것이라는 의심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근데, 근데,,,창원에 도착하고 해가 지고나니 톡톡 쏘며 가렵기 시작했다.
그때 까지도 옻이라고는 의심을 하지 않았다. 땀을 많이 흘려 그런가 보다 하고 샤워를 하고, 그냥 집에 가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호출로 뒷풀이 자리에 참석을 했다. 먹을줄 모르는 맥주도 한 잔 했다.


다음날 부터 죽음이었다.
병원가서 엉덩이 주사도 맞고, 약도 먹고, 주말을 방콕하며 나름대로 애써보지만 그래도 온 몸은 벌겋게 달아올라 화닥 거린다.
의사는 가능한 손대지 말라 하지만 그게 마음 같이 되는가 말이지...

오늘이 5일째,,,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이제 옻이 점령을 하였다. 그래도 주사 두번 맞고 나흘 정도 지나니 붓기는 조금 가라 앉았다.
며칠을 더 고생해야 할까...밤이 두려워...

뒷 집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몇 번 더 그러고 나면 옻닭 먹어도 아무렇지 않을 거란다. 몸에 열내는 데에는 옻닭이 좋단다.
다음에 옻닭 먹자 그러면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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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닭 먹고 의사분이 처방 내려 준 것
- 약먹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식조절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1. 술은 절대 안됩니다.(몸에 열을 내려야 하는데 술은 열을 올린다고 합니다.)
2. 기름진 음식 먹지 말라고 합니다.
3. 뜨거운 것, 매운 것, 짠 것 먹지말라고 합니다.
4. 뜨거운 싸우나 하지말라고 합니다. 굳이 해야 한다면 미지근한 물 정도..전 찬물로 열을 식혔습니다.
5. 가렵더라도 손으로 긁거나 하지 말랍니다, 증상이 심해지니 차라리 아이스팩으로 문질러 주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