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 생각/마을도서관

KBS 무식한건가? 의도적인 것인가?

by 구르다 2009. 7. 4.
일요일 오전 KBS에서는 5천만의 아이디어로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국민의 아이디어를 심사하여 정책으로 제안하는 프로그램이다.
방금 방송을 보다. 이건 아니다 싶어 컴 앞에 앉았다.
무식한 것인지, 의도적인 것인지 황당하고 불쾌하다.



금주의 아이디어 중에서 "빈파출소를 어린이 도서관으로 빌려주세요"라는 것이 있었다. 작은도서관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15년 전 부터 내가 속한 단체에서 작은도서관만들기 운동을 하였고, 지난 참여 정부에서는 정부정책으로도 활기차게 진행되었고, 지금 정부에서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사업이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의 긍정성을 부각하기 위해서 제시한 근거들이 사람을 황당하게 만들어 버렸다.

전국의 어린이 도서관의 현황을 도표로 보여주면서 경남의 경우 8개, 전국적으로 대도시 중심으로 몰려 있다고 소개를 한다.

어린이도서관은 파출소건물 규모의 도서관이 아니며, 파출소 규모의 도서관은 전국에 상당히 많다. 내가 사는 창원에만도 35개 정도의 마을도서관이 있다. 부천에서는 가족도서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이디어에서 제시한 규모의 도서관은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잘 운영되고 있는 곳이 상당히 많다.

KBS가 제시한 근거들은 적합하지 않다. 순천시는 도서관 모범도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PD가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지난 참여정부의 성과를 부각하기 싫은 것인지 도서관운동을 하는 입장에서는 다분히 기분 나쁘다.

또 사례로 든 것이, 순천시의 아이들 인터뷰 내용이다.
인터뷰에서는 아이들이 도서관이용이 어렵다는 것과, 순천시립도서관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다라고 방송되었다.

KBS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 아마 이 방송을 순천시에서 보았다면 KBS에 사과를 요구해야 될 정도이다.

△ 순천시 작은도서관 사례중 / http://www.nl.go.kr/sml/Submenu3/Op/upload/chsml_01.pdf


순천시는 MBC 기적의 도서관이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고, 기적의 도서관 말고도 작은 도서관이 정책을 펼쳐 전국에 몇 안되는 모범도시중의 하나이다.
그런 사례를 모아 참여정부에서 만들었던 국립중앙도서관 내 작은도서관진흥팀에서 순천시의 사례를 담은 사례집도 총서로 발간하였다.

△ http://www.nl.go.kr/sml 작은도서관홈페이지

2005년 문화관광부 정책과에서 작은도서관 관련 정책을 수립하였다. 이는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 장관 시절 마련된 창의한국21 계획에 근거한 것이었다.
또한 이 정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시작하여 문광부로 이관된 정책이기도 하다.

당시 사례로 참여한 지자체는 순천시, 부천시, 제천시, 창원시(창원시는 담당이 불참), 그리고 시민단체에서는 (사)경남정보사회연구소에서 전임소장(진광현)과 내가 참여를 하였다.

그리고 만들어진 조직이 국립중앙도서관 내 작은도서관진흥팀이었다. 또 전국에 작은도서관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정책을 펼쳤다. 그 정책은 현 정부로도 이어지면서 명맥은 유지되고 있지만 축소되어 진행되고 있다.

기존 작은은도서관홈페이지 공지사항에는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작은도서관진흥팀은업무가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으로 이관되었다.


참여정부의 성과를 축소하고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활동한 사람들을 모욕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도서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민단체, 앞선 지자체, 그리고 대중화를 선도하는 것에는 MBC의 '책책 책을읽읍시다'가 크게 기여를 하였다.

오늘 방송을 보면서 아이디어가 좋고, 꼭 실현되었으면 하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황당하고 불쾌하기 까지 한 것은 기간 활동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내용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지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봉하마을의 방명록에는 "대통령님 도서관을 많이 만들어 우리가 책을 마음 놓고 읽을수 있어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초등학생의 글이 있었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라고 당신의 심경을 밝혔다.
일반인들은 심경을 이렇게 적지 않는다. 대부분 "잠도안오고, 밥맛도 없고" 내지 고상하게 "식음을 전폐하고"라고 한다.

확대해석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KBS의 이번 방송에서 다분히 의도적이지 않은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