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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로/7번국도동해일주

스쿠터로 부산가는 춘천대학생 울진 죽변항서 만나다-동해일주(5)

by 구르다 2009. 6. 17.

△ 스쿠터로 하는 2박4일의 동해일주여행에 2일째 10시부터 1시까지의 이동경로 영덕과 울진을 달렸다. / 다음지도 스카이뷰


수채화 같은 창포말등대
를 뒤에 두고 오른쪽에 동해를 벗삼아 계속 길이 이어진다.

국도7호선 도로표지판에는 아시안하이웨이라고 적혀있다.
남북을 가르는 철조망을 지나 유럽까지 이어지는 길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어제 우연히 본 포스팅에서 이명박 정부는 이 아시안하이웨이 정책을 접었다고 한다. 반도의 땅에서 대륙으로 뻗어가는 희망을 포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을 이야기 하고 있으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 포스팅 구간은 영덕 창포말등대에서 출발하여 울진을 지나 강원도까지로 약 3시간을 달렸다.
지도에 대충 표시를 해보니 80여 킬로미터가 나오는데, 실제 이동 거리는 100킬로미터가 훨씬 넘을 것이다.

이 구간은 자주 쉬지 않았다. 울진에도 이름난 곳,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사전 준비가 미약하여 가는 길에 눈에 띄지 않으면 그냥 지나쳤다.

더구나 이번 여행은 이름난 곳을 들려 구경하는 여행이 아닌 동해를 친구삼아 길을 가는 여행이다. 그래서 바다를 더 많이 만나고, 바다냄새를 더 많이 호흡하려고 했다.

7번 국도는 공사를 많이하고 있다. 이제 7번 국도는 두 개다. 넓은 7번 국도가 있는 구간에는 좁은 예전의 국도가 함께있다. 새로난 7번 국도는 차를 위한 국도, 오직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도로다. 웬만한 고속도로 수준이다. 반면 예전 국도는 주변 풍경이 아름다운 사람들의 삶이 이어지는 길이다. 이번 여행은 가능한 사람들의 삶이 이어지는 예전의 길을 더 많이 만나려했다.
 
동해와 맞닿은 7번국도는 참 아름답다.
이런 길을 달리며 굳이 속도를 낼 이유가 없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동해의 상큼한 바람을 느끼고 천천히 천천히 곡선을 음미하면 된다. 마음이 급한 차들은 새로난 넓은 도로를 이용하니 예전 도로에는 차도 잘 다니지 않는다.

△ 2009.5.15. 오전10:15 / 영덕 해맞이 공원을 출발하고 10여분을 달렸다.


해맞이 공원을 지나 30여분을 달리니 울진군이라는 도로표지판이 나온다.
시군 경계를 지날 때 마다 설렘이 일며 기분이 새로워 진다. 또 묘한 성취감마저 든다.

△ 2009.5.15. 오전10:37 / 지금부터는 울진군이다


영덕 대게만 생각 했는데, 울진도 대게가 유명한가 보다.
울진대게유래비라는 안내표지를 보고 대게유래비를 찾아 해안가를 두리번 거렸다.
이윽고 거대한 황금색대게 모형이 나온다.

△ 2009.5.15. 오전10:50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 울진대게유래비


울진대게유래비에는 고려시대부터 울진의 특산물로 자리잡았다고 적고 있으며, 옛부터 황금색이 곧은 참대게 또는 박달게, 다리모양이 대나무와 같이 곧다하여 죽촌,죽육촌이라고 불렀다 한다.
유래비가 있는 거일리는 옛지명 기알게(게알을 닮은 바닷가)라는 뜻이기도 하다.

계속 바닷길이 이어진다. 어느 마을회관 앞에 고기를 다듬어 줄에 매달아 말리고 있었다.
지나쳤다 사진으로 담아 두면 좋을 것 같아 다시 스쿠터를 돌려 마을회관 앞에 세웠다.
마을회관에는 어르신 몇 분이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사진을 찍기위해 고기를 매달아 놓은 곳으로 다가 가니 한 분이 문을 열고 나온다.
혹시나 말릴려고 매달아 놓은 고기를 가져 갈까 염려되어 그러시는 것인지..
아니면 고기를 살까 싶어 그러시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진을 찍고 스쿠터 헨들을 잡으니 바로 들어 가신다. 요즘 농어촌의 인심이 예전 같지 않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된 것도 다 외지인들이 와서 훼작을 쳐놓기 때문이다..

△ 2009.5.15. 오전11:05 /도다리일까? 가자미일까?


바닷가를 빠져나와 새로난 국도7호선을 잠시 달렸다. 덕신리고분공원 안내표지판을 보고 도로를 잠시 빠져나왔다.
도로가에 작은 공원이 꾸며져 있다. 담배도 한모금하고...휴식도 취할겸 헬멧을 벗어 백미러에 걸어 두고 공원을 둘러 보았다.

△ 2009.5.15. 오전11:44 /울진 덕신리 고분 공원


도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발굴한 고분의 장소를 이동하여 복원하여 유리를 덮어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꾸며 놓은 고분공원이다. 도심의 고분들도 이런 식으로 해 놓으면 좋겠다.

△ 고분전시실

△ 고분공원 전경

△ 고분안내문



새로 확장된 7번 국도를 좀 빠르게 달렸다. 한동안 바다를 옆에 두지 않고 달렸다. 심심한 도로다.
한참을 가다 보니 바다로 난 듯한 도로가 나온다.

죽변항을 마주한 백사장 바닷가에 두 사람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그들을 넣어 항구를 배경으로한 동해를 담았다.

△ 2009.5.15. 오후12:12 /죽변항 근처 백사장에서 만난 스쿠터여행하는 젊은이들


가까이 가보니 나와 같이 스쿠터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나만 미친놈인지 알았는데 이렇게 멋진놈들을 만나다니..반갑다.
이들은 젊은 대학생들이다. 어쩌면 나의 반정도,,그것 보다는 많으려나..
그들의 사진도 찍어 주고 내 사진도 찍어 달라고 했다
(근데 셀카 보다 못하다.,,표정이 굳었고, 수평선에 목도 걸렸다..과감하게 허리를 잘라도 되는데 말이야..)

사진을 찍어주며 말을 어디서 왔는지 어디까지 가는지를 물어 보았다.
춘천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 같은데 어제 춘천을 출발하여 삼척에서 1박하고 부산까지 3박4일을 계획하고 있단다.
나도 어제 창원을 출발하여 호미곶에서 1박을 하고 아침에 7시에 출발하여 여기까지 왔다라고 했다.


신발의 모래를 터는 이 친구들의 자연스런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을 보내주겠다며 한 친구의 E-mail 주소를 받았다. 자신들의 스쿠터보다 내 스쿠터의 배기량이 크다며 은근히 부러워한다.
조심해서 여행잘 마무리하라며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내가 달려온 길을 그들은 달려간다.

돌아와서 사진을 보내주었는데,,,받은 건지 어쩐 건지 답이 없다. 스쿠터로 여행을 하는 것을 보면 아주 무심한 학생들은 아닌 것 같은데..

이 스쿠터로 부산까지 왔다, 다시 춘천까지 올라갔다면 꽤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토요일(16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는데...

△ 2009.5.15. 오후12:20 /춘천에서 부산까지 간다는 대학생들


죽변항은 눈으로만 둘러보고 사잇길이 있겠다 싶어 언덕을 올랐다
뜻하지 않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벼랑위에 드라마 세트장도 있다. 폭풍속으로라고 되어있는데...TV를 즐기지 않는 편이라 드라마 이름이 생소하다.
내가 머문 몇 분 사이에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두 팀이나 다녀 갔다. 나름 유명한 곳인가 보다.

△ 2009.5.15. 오후12:29 /드라마 세트장


등대 아래 언덕에는 신우대가 숲을 이루고 있으며  대나무 숲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나있다.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그 오솔길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남은 길이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어 눈으로 보고 소리를 듣는 것으로 만족했다.

△ 2009.5.15. 오후12:28 /언덕에 신우대(小竹) 가득했다


인터넷 검색 자료보니 역사가 깃든 장소이다.
용의 승천에 관한 전설도 있고, 숲의 대나무는 화살을 만들기도 했으며, 왜구를 방비하던 곳 이기도 하다.

돌아오는 길 본 하얀 등대, 미끈하게 잘 빠졌다.

△ 2009.5.15. 오후12:31 /죽변항로표지관리소



죽변항 주변이 용의 형상을 하였다 한다. 어디가 머리고 어디가 꼬리인지..잘 모르겠다.



죽변항을 되돌아 국도 7호선으로 빠져나왔다.
얼마나 달렸을까 자동차 전용도로라는 안내 표지판이 나온다. 차 소리가 요란하다.
예전 국도 7호선 입구를 찾아 산으로 향한 길을 구비 구비 거슬러 올랐다.
간혹 지나가는 차 한대가 있을까 말까다..
이시간 만큼은 나를 위한 스쿠터전용도로다.

정상이 가까워 올 때 쯤  전망대 처럼 생긴 곳이 나왔다.
화장실과 관광안내도, 언덕을 오르는 계단위에는 정자로된 전망대가 있다.
언덕위 정자에 오르니 발 아래로 구비 구비 산이 물결치고, 동해 푸른바다가 한 눈에 펼쳐진다.

△ 2009.5.15. 오후12:49/7번국도 자동차 전용도로


새로난 자동차전용 7번국도는 산을 가르고, 계곡을 건너 뛰고 있다. 반면 내가 달려온 예전 7번국도는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동해로 이어 진다.

△ 2009.5.15. 오후12:50/구 7번국도



서쪽으로는 산이 겹겹이 둘러쳐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울진군 관장지도를 살폈다. 먼길을 달려왔음을 확인하면서 둘러보지 못한 곳이 많아 아쉬움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 2009.5.15. 오후12:50 / 서쪽 방향


고개마루를 넘고 내리막 길이 시작되는 곳에 한국관광의 1번지 강원도 표지판이 걸렸다.
드디어 강원도 땅을 밟은 것이다.
맞은편에 휴게소가 있는데 운영은 하지 않고 있었다. 새 도로가 나면서 이 도로는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 문을 닫은 것 같았다.
새도로가 나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저 곳에서 쉬어갔을 것이다.

△ 2009.5.15. 오후12:58 / 강원도 삼척이다.


이렇게 방치된 도로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