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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1984 반갑다 친구야!-3개중 연합체육대회

by 구르다 2008. 10. 13.


 

12일 일요일 화창한 가을날 체육대회하기 좋았다.
이날 창원에서 오래된 학교들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동문으로 초등학교 동문체육대회에 참여하였을 것이다.
작년부터 시작한 예전 창원의 웅남면과 상남면에 있는 공단(지금 경원), 양곡, 창원남(南)중학교를 1984년에 졸업한 친구들이 연합체육대회를 시작하였다.


창원은 1978년부터 공업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 지고 창원이 고향인 사람들이 집단이주가 이루어졌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중학교가 생기고, 그전 부터 있던 초등학교의 학생들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새로운 학교로 옮기게 되었다,


심하게는 6학년 2학기에 학교를 옮겨 초등학교 동문 족보가 이상하게 된 경우도 있고, 나같은 경우는 초등학교 4학년 2학기에 학교를 옮겼다. 초등학교는 동문회는 뒤죽박죽이다.

작년부터 3개중학교 1984년 졸업생 연합체육대회를 하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3개중학교 각기 다른 동문들이라도 한다리만 건너면 친구다. 중학교 연합동창 체육대회인지, 초등학교 연합동창 체육대회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지금 중학교나 초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을 일이다. 급격하게 도시화 되고 이사라는 것이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의 우리사회에서는 동창이라는 것이 이해관계에 따르지 않고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연합체육대회를 하면 돈을 지불하지만 모든 것이 동창들 안에서 해결된다. 밥은 누구식당에서, 기념은 누구가, 팜플렛은 누구 인쇄소에서 이런식이다. 그러다 보니 모든게 원가 개념에서 출발을 한다..어차피 필요한 돈은 각 학교의 분담금이고 결국 그 분담금은 각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니..


이날 하루는 나이를 잊고 다들 즐겼다. 너무 나이를 잊은 탓에 릴레이를 하면서 넘어지기도 하였지만...
아이 시험치러 갔는데 데리러가야 된다며 한게임 끝내고 가는 친구...
가게 문열어 놓고 와야 된다며 갔다온다는 친구...
경기진행도 필요에 따라 순서도 변경하고, 선수 구성도 조건에 따라 변경하고 여유있는 체육대회였다.


이날 체육대회의 결과는 참가자 점수까지 모두 합하니 1등과 2등이 동점, 그래서 결국 경기점수만 보면 1등이 학교가 최종적으로는 2등이 되었다. 경기 진행하면서 애매한 판정이 있어 자칫 싸움이 날 수도 있는데..친구라는 것 하나로 모든 것이 이해 된다.
 
정치라는 것 때문에 동창회가 안좋게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동창회는 그것으로도 작은 공동체이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대한 같은 추억을 간직한 집단이다.
이해 관계가 우선하지 않는다면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기초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팜플렛에 남긴 인사말
어쩌다 보니 동창회장이라는 자리를 맡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팜플렛에 인사말을 남기게 되었다.
막상 적으려니 그것도 고민되었다.
 

 친구야! 20여년이라는 시간의 벽을 넘어 불혹의 나이에 우리 다시 만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번째 연합체육대회를 하게 되었구나 그것도 쪽빛 가을하늘 아래서 말이야
체육대회를 준비하면서 말이야 “야! 요즘 어떻노?”라고 하면 “잘 된다, 잘 지낸다”하는 친구들 보다는 “어렵다, 겨우 먹고 산다”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친구들! 다들 잘살고 있니? 아니 오래 힘든 해였는데 다들 잘 이겨내고 있지?”
이렇게 어렵고 힘들수록 우리 서로 힘을 보태야 하지 않겠니?
“친구야! 오늘 나 기분 별로거든 술 한 잔 사 줄래”하면, “글쎄 오늘은 좀 바쁜데” 보다는  “그래 어디서 볼까”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친구들 우리 모두 힘들지만 생활에 쫓기고, 일에 치여 앞만 보고 가지 말고, 이 가을 쪽빛 하늘 한 번 올려다보며 하얀구름 옆에 짝사랑했던 얼굴, 첫사랑 얼굴, 까맣게 잊고 지내던 보고픈 친구 얼굴 그려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이 가을 친구들을 만나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다운 날이다.
우리 잘 살자.
 
2008년 10월 12일



덧글

비단화  08.10.15 23:51
올봄 연합체육대회가 기억나네요

전 처음 참석해서
릴레이 마라톤 마지막 선수로//
건강마라톤 선수라는것을 친구들이 잘 알기에
허나//릴레이는 단거리잖아여

단거리는 꽝!!!인데
아무리 말해도 도통 듣지 않아서
그냥 멋지게 꼴찌 해주지 했었죠

헉//그런데 진짜 2등으로 잘 달리던 우리팀
저 땜시 4등으로 밀려나서
뒤풀이에서 내내 눈총 무지 받았죠//
 
 
 
 └  구르다보면  08.10.16 10:26
월요일 하루는 뒤뚱 뒤뚱 걸어다녔습니다.
평소 운동이라고는 숨쉬기운도안 하는데..

릴레이 하는 친구들한테 무리하지말고 안전운전하라고 주문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팀은 무사운전, 다른 학교 친구들은 꽈당하는 일이 발생했죠..

강원도 단풍이 절정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