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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삶! 때론 낯선

당신들의 고향은 안녕하신가?

by 구르다 2008. 12. 16.
전 국토에 망치소리가 들리게하라,
대통령이 건설현장에서 지휘봉을 들고 진두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볼 때 국민들은 감동을 느낄 것이다.

'영웅시대' 드라마를 현실에서 다시 부활을 시키겠다. 기가찰 노릇이다.
우리가 2008년을 사는 것인지 1970년 대를 사는 것인지?
전 국토를 파헤치는 것이 녹색성장인가?

창원의 끝동네, 진해,김해, 창원을 경계 짓는 불모산 아래 작은 마을이 있다.
불모산동, 80년 대 초반 보리 수확을 할 때면 중학생들이 손에 낮을 들고 보리베기 봉사를 가던 곳이다.
공씨가 많이 살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고인이 되신 조원식 음악선생님은
불모산에 사는 공씨 성을 가진 친구를 볼 때면 '불모산 공가, 불모산 공가' 하곤 그랬다.



일요일 문득 불모산저수지가 보고 싶어 무작정 스쿠터를 불모산 쪽으로 몰았다.
근데 뭔가 썰렁하다..창원의 끝동네가 철거 되는 것이다.



무너진 건물더미 속에 초등학생의 작품으로 보이는 그림액자 두개가 뒹굴고 있다.
고향이 버려지고, 추억이 버려지는 씁슬한 광경이었다.
30년간 파헤치고 콘크리트 아파트를 짓기 시작한 창원의 개발은 거의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렇게 파헤쳐질 때 마다 고향이 하나씩 사라져 간다.
서울 흑성동 주민들이 재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추가 부담이라는 경제적 이유가 작용을 한 것이지만 정말 잘 한 결정인 것 같다.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동네를 파헤치고 나면 결국 기존의 공동체는 해체되고 결국 좀더 경제적 능력이 되는 사람이 이윤을 찾아 이주를 하는 것이 도시재개발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아직 고향을 이야기하고, 찾아 갈 고향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고향이라는 마음의 안식처가 존재 할 수 있을까?
친구가 있고, 어릴적 추억이 가득한 곳, 힘들고 어려울 때 언제든지 달려가면 반갑게 맞아줄 수 있는 곳
그것이 고향인데...과연 그런 고향이 지금 아이들에게 주어질 수 있을 까?
고향을 가진 세대는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마지막인 것 같다.

부모의 직장을 따라 이리저리 이사를 다녀야하고, 추억을 만들 시간도 없이 학교와 학원으로 쫒겨 다녀야 하는 아이들에게 고향이 있을리 없을 것 같다.



불모산동 마을 입구에 '김해김씨세거'라는 비석이 있었다. 언제부터 있은 비석인지는 모르겠다.
'김해김씨사람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다'  이런 뜻이다.
이 비석도 사라져가는 풍경이 되었다.
앞으로 저런 비를 세울 일도 없고 세울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이 겨울 다하기 전 진해에서 곱창전골집을 경영하는 불모산 공가라고 불렸던 친구집에 한번 들려야 겠다.

이 글 보시는 님들의 고향은 안녕하신지, 아이들과 어릴적 앨범을 들추어 보며 이야기도 나누고 생각나는 친구가 있으면 어느 늦은 밤 전화 걸어 '친구야! 너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 했다' 라고 실없지만 마음 따뜻한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