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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학교 졸업 30년, 동창들과 함께한 숲속나드리길

by 구르다 2014. 5. 13.


보릿고개 세대는 아니지만 그렇게 넉넉한 시절에 학교를 다닌 세대도 아니다.


80년 대 초반 남녀공학 중학교를 다녔다.

남자 세 반, 여자 세 반 한 반에 학생수가 60여 명이 되었으니 370여 명이 졸업 동창이다.


70년 대 창원이 공단으로 본격 개발되며 일자리를 찾아 전국에서 사람들이 창원으로 왔고, 학교 학생들의 구성도 그런 영향을 받았다.


창원이 고향인 토박이도 있지만, 서울서 살다 초등학교 때 전학을 온 친구도 있고 인근 다른 지역에서 온 친구들도 있다.


올 해가 중학교 졸업 30년이 되는 해이다. 내가 졸업한 학교동창회는 매년 5월에 총동창회 체육대회를 하고 졸업 30년이 되는 기수가 주관한다.


올 해 체육대회는 우리 기수가 진행을 맡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올해 체육대회는 부득불 연기가 되었다.

4월 16일 일어난 가슴 아프고 끔찍한 세월호 사고로 체육대회를 원래 계획대로 진행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취소가 아닌 연기를 동창회 임원진들이 결정하였다.



체육대회 진행을 준비하던 우리 기수들은 요란하지 않는 동창모임을 진행하기로 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그것에 대한 대비까지 밴드에서 각자의 의견을 모았다.

정병산 숲속나드리길을 걷고 농원의 비닐하우스에서 동창회 정기모임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일요일 9시40분 창원 사림동 사격장 주차장에 정겨운 얼굴들이 하나 둘 모여 들기 시작했다.

그 얼굴들 중에는 처음 만나는 동창도 있었다.


그렇게 30여 명이 모였다.

각자에게 맥주 1캔, 물 한 병, 비 옷, 쵸콜릿, 땅콩, 오징어 포 등이 든 하얀 비닐봉지가 하나씩 주어졌고, 한 때 기념품 제작하는 업을 했던 동창은 기념품으로 수건을 준비하여 나누어 주었다.


진한 아까시나무 꽃향을 따라 정병산 숲속나드리길 걷기가 시작 되었다.

숲에서는 쉼없이 아줌마들의 수다꽃이 피었다.



지난 주 숲속나드리길을 예습하고 걷는 터라 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러다 백선을 보았다.

이름이 머리 속에서 맴은 도는데 좀처럼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숲속 나드리길 걷기가 끝날 즈음, 아하,,,'백선 이었지'하고 이름이 입 밖으로 나왔다.


 


동창회 모임이나 행사를 하면 찍사 역할을 많이 했다. 사진을 찍어 카페에 올리고 기억을 공유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손에서 카메라를 놓았다.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기억이 없다. 하긴 요즘은 스마트 폰 카메라로 만족하기도 한다.

이 날 숲속나드리길 걷기에서도 중간 중간 습관처럼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어떤 친구들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아마 나는 느끼지 못하는 나 나름의 사진 스타일이 있는가 보다.



오랜 친구들과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인데, 이렇게 땀을 식히며 맥주, 막걸리, 커피를 나누는 것은 더없이 운치가 있다.

이런 맛에 중독되어 산행을 즐기는 친구들도 여럿있지 싶다.

요즘 이런 저런 이유로 커피를 즐기게 된 나는 따뜻한 드립커피와 차가운 더치커피를 각각 준비하였고 중간 중간 힘들어 하는 친구들과 나누었다. 앞으로는 사진보다는 커피로 친구들에게 각인이 되지 싶다.




서울서 친구들이 도착했다는 연라도 오고, 1시간 이상을 걸어 용추를 지날 즈음 힘들다는 친구들이 생겼다.

그때부터 나오는 말이 '다왔다 조그만 더 가면 된다' 였다.


용추를 지나 비음산 날개봉으로 접어 들었을 때 볕바른 곳에 사위질빵이 한 무더기 꽃을 피웠다.

사위사랑이 넘쳐난다는 꽃이 사위질빵이다.



사위질빵 다음으로 만난 꽃이 찔레꽃이다. 꽃에 코를 대고 찔레꽃향을 맡았다.

찔레꽃에 관심을 가지고 코를 킁킁거리는 사람은 나 뿐이었다. 내가 좀 별종인 것인지...

친구들에게 난 자유로운 영혼이다.

찔레꽃 순을 톡 따서 껍질을 벗기지 않고 씹었다.

새콤한 것이 맛있었다.


우리 민족에게 5월의 꽃은 참 아픔이 많은 것 같다.

보릿고개, 배고픔을 꽃과 함께 떠 올리게 되니 말이다.

이팝나무꽃이 그렇고 국수나무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찔레꽃도....



그래서 소리꾼 장사익 부르는 찔레꽃은 더 애절하게 들리는 것일게다.


보라색의 깜직한 꽃을 발 아래서 발견했다. 본능 적으로 쪼그려 앉아 카메라를 들이댔다.

친구들도 이제 이런 나의 행동에 대해서는 살짝 비켜가며 무슨 꽃인지 물어 본다.

한번은 얼굴을 마주한 꽃이고 이름도 알았을 터인데 뭐더라 뭐더라 이러고만 있다.


반디치지 나중 사진을 정리하며 이름이 생각났다.




'다왔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몇 번이나 하고서 목적지가 되었다.

예전 된 시간보다 조금 지체되었고,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 계획 보다 1Km 앞에서 하산하였다.


그날 약 10km의 숲속나드리길을 3시간 이상 걸으며 힘들다 했던 친구들도 동창밴드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서는 다들 뿌듯해하였다.

힘들게 걸었던 만큼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숲속나드리길 걷기에 함께하지 않은 친구들도 농원에 다 모였다.

그리고 보고 싶은 친구들에게 전화 걸어 나오라고 했다.

그렇게 모인 친구들이 40여 명이다.




이제 중년으로 가는 세월의 흔적을 어쩔 수 없이 온 몸 가득 안고 살아가지만, 이날 모인 친구들은 30년 전 가까머리와 단발머리였다.

2014년 동기모임 임원을 맡아 봉사하는 친구들...

고생했다.


다시 총동창회 체육대회를 치뤄야하고, 졸업 30주년 행사도 함께 준비해야하지만 앞서 책임감을 가지고 봉사하는 친구들이 있으니 많은 친구들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것 아니겠니?

고맙다....친구들,,,,



창원남중31회 앞으로도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