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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생명가득한

2014년 봄꽃 산행 눈이 호강했다.

by 구르다 2014. 3. 24.

2014년 3월23일 일요일 

그동안 봄이 왔건만 봄을 즐기지 못하고 점심시간 주택가 화단의 매화와 공원의 목련과 눈인사만 했었다.

반지하 사무실에서 고소한 커피향을 맡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맘 때면 봄꽃을 보고픈 것은 10여년이 훌쩍 지난 습관이다.

2002년 니콘 쿨픽스 4500 디카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 된 것이다.




오늘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아래 이 한 장의 사진으로 마음이 홀가분하다.



오늘 봄꽃산행은 창원의 용추계곡이다.

노루귀는 철이 지났고 꿩의바람꽃이 지천일 것이고 얼레지가 치마를 올리기 시작할 때다.


용추계곡 초입에서 부터 꿩의바람꽃이 손짓을 한다. 가볍게 눈인사만 하고 카메라를 들이밀지는 않았다.




그렇게 허느적 허느적 계곡을 오르며 얼레지를 만났다.

오후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으므로 얼레지가 치마를 말아올리고 있었다.

화냥끼 많은 바람난 얼레지.




얼레지. 용추계곡. 2014,3,23,일. 니콘 D90.



얼레지를 뒤로 하고 다시 재촉하며 오른다.

그러다 바람막이를 잘 갖춘 천하명당에 자리잡은 현호색을 만났다.

자연이 빚어낸 예술이다.


 


없는 실력으로 이리저리 연방 셔터를 날리는데 날아 든 한 마리 벌...

더 이상 말하여 무엇하겠는가?

딱 두 컷만 허락하고 바삐 날아가 버렸다.




오후의 햇살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오랜만에 걸어서 일까 모자 아래로 땀이 흐른다.

볕 좋은 길가에는 산자고가 자리를 잡고 있다. 매년 딱 그 자리 근처에서 얼굴을 내민다.

역시 하산 길의 아줌마 등산객이 꽃이름을 물어본다.

"산자고"라고 하니 이름도 이쁘다며 스마트폰으로 찍어 간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사람들에게 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더 가지게 하는 것 같다.




꿩의 바람꽃이 무리지어 피는 장소를 향해 길을 재촉한다.

매년 무리지어 피던 그 자리에 딱 네 녀석이 얼굴을 내밀었고, 그나마 꽃잎을 활짝 펴지도 않았다.

바람이 조금 부는 곳이라 그런걸까...


한동안 용추를 찾지 않은 탓인지 길이 없던 곳에 데크로드를 새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약간의 쉼 공간까지..


탄자니아콩을 갈아 내린 커피 담은 보온병을 꺼내 마시려다 세력 좋은 꿩의바람꽃 무리을 만났다. 

그것도 바위를 둘러치고 명당자리에 터를 잡았다.

이를 그냥 지나칠 사람은 없지 않겠나...



숨가쁘게 셔터를 눌렀다.

워낙 명당이라 엎드리지 않고 난간에 걸터 앉아 렌즈를 주욱 뽑아 당겨 찍기에 딱 좋았다.

꿩의바람꽃에 작업 거는 내 모습이 사람들 시선을 끌어 그냥 지나던 등산객들도 바람꽃 자태에 감탄을 자아냈다.


꿩의바람꽃. 2014.3.23. 용추계곡 니콘 D90



꿩의바람꽃이 둥지턴 바위 아래쪽에는 괭이눈이 초롱초롱 눈을 반짝이고 있다.

이 또한 지나치면 편애라 할 터이니 농을 걸었다.

아직은 괭이눈과는 연애질 할 내공에 미치지 못하여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계곡을 따라 올랐다.




그렇게 얼마 가지 않아 현호색과 몸을 섞으며 등산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꿩의바람꽃을 만났다.

이름을 물어보는 등산객이 여럿이었다.

꿩의바람꽃은 역시 뒷태가 예술이다.

땅에 바짝 엎드려 자세를 낮추어야 꿩의바람꽃 뒷태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햇살이 부족하여 화사한 시스루는 보지 못했다.






이쯤에서 오늘 봄꽃산행은 마무리를 지었다.

비음산으로 갈까,,,우곡사 쪽으로 갈까 생각하며 다시 느긋느긋 길을 걷는다.

그러다 태자삼으로 불리는 개별꽃 가족을 만났다.

조금만 더 있으면 용추계곡의 주인이 될 꽃이다.


개별꽃이 본초강목에 오르지 못한 것은 생명/생명가득한 2009/03/22 15:03




몸도 땀으로 적당히 젖었고, 우곡사 쪽 능선으로 방향을 정했다.

가는 길 계곡에 얼레지가 드문드문 피었다.

겨울동안 운동을 게을리한 것이 금방 표가 난다. 능선까지 오르면서 가쁜숨을 몰아 쉬며 서너번 걸음을 멈추고 호흡을 가담듬어야 했다.




능선을 넘어 우곡사로 내려가지 않고 정병산 쪽으로 방향을 털어 다시 용추계곡으로 내려왔다.

내려 오는 길에는 제법 가지가 많은 생강나무가 있다.




생강나무 아래서 가져 간 커피로 목을 축이며 산아래 창원시내를 내려다 보았다.

봄햇살에 반짝이는 것들이 많다.




정병산 능선에 있는 진달래는 아직 봉오리를 열지않았다.

다음주 부터는 진달래로 여기저기 산들이 불타오를 것이다.




중턱에서 활짝핀 진달래가지 하나를 발견했다.

낙옆 속에서 꽃을 피웠나 싶어 자세히 보니 떨어진 큰 가지가 진달래나무 가지를 짓누르고 있었다.

위협을 느껴 일찍 꽃을 피운 것이라 생각하고 진달래를 덮친 나뭇가지를 치웠다.




발 아래 군데군데 양지꽃이 앙증맞게 피어있다.

양지꽃을 카메라로 찍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없다. 야생화에 관심을 가지고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양지꽃이다.

오늘은 특별히 찍어보았다. 양지꽃을 예쁘게 찍는 것이 나는 참 어렵다.




정병산 군데군데 소나무 무덤이 있다. 재선충에 당한 소나무의 무덤이다.

정병산 여기저기 죽은 나무에 조각을 하시는 분이 있는데...

소나무재선충에 당한 소나무의 그루터기에 조각을하여 소나무무덤의 비석처럼 만들어 놓았다.

누군지 만나보고 싶은 분이다. 



계곡으로 다 내려와 화장실 옆에 자리를 잡은 미국제비꽃(종지나물) 가족도 성의없이 한 컷...

간혹 꽃 중에서도 정이 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렇게 2014년 첫 봄꽃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여름 모기가 극성을 부리기 전에 두어 번은 더 와야 할 것인데 여유가 생기려나...


아직 차가운 기운이 가득한 계곡물이 멋진 봄을 그렸다.

하늘과 물과 돌과 오후의 햇살 그리고 바람이 만든 공동작품이다.

화가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자연을 보면 화가는 그저 자연의 흉내쟁이에 불과한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14. 3. 23. 일요일 창원용추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