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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생각/삶! 때론 낯선

경남이 눈에 덮이면 어떤 모습일까?

by 구르다 2011. 2. 15.
창원에 40여 년 살면서 이렇게 발목이 푹푹 빠지는 눈을 구경한 기억이 잘 없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눈에 대한 몇 가지 장면은 있다.
84년 이맘때의 눈이다. 중학교 졸업을 하고 친구들과 원전바닷가에 놀러 가는데 눈이 왔었다.
그리고 87년 대학 입학 논술과 면접을 보는 날 내린 눈이 기억에 남는다. 공대 우리과 홍일점이었던 진해가 집인 영숙이는 면접에 늦게 왔었다. 창원에 눈이 내리면 장복산과 불모산 넘기가 어렵다.

2001년에도 눈이 많이 왔던 것 같다. 아이들과 처음으로 눈사람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2005/03/24 - 기억 살리기-하늬의 어릴 적 그림

그리고 작년에도 눈이 제법 내렸다. 용추계곡에서 잠시 감상에 젖기도 했다.
2010/03/11 - 눈꽃 핀 창원 용추계곡 3월의 봄


△ 2011년 2월 14일(월) 경상남도청 연못에 눈이 쌓였다.



어제도 창원에 꽤 많은 눈이 내렸다.
근데 별 감흥이 없다. 강원도에 눈이 1M나 내렸다는 그런 뉴스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움직이기 위해 차에 쌓인 눈을 쓸어 내는데 무척 손이 시렸다.
딱 그 수준에서 눈이 귀찮았다.




실비단안개님은 이 눈에 취해서 바닷가를 거닐며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다 손목과 갈비뼈가 금이 가는 6주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크리스탈님은 주남에서 눈 속에 창공을 나르는 재두루미를 멋지게 담았다.
다들 열정이 넘친다.




백수의 여유 때문일까, 근래 그런 열정이 나에게는 생기지 않는다.
사무실에 나갔다. 경남도에 제출할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의견을 주었다.




어둠이 내릴 즈음 "이런 날은 기록으로 남겨는 두어야지."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잠시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
경남도청이 떠올랐다.




도청 가는 길
눈이 제법 왔지만, 교통체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로에는 빌빌거리는 차도 없다.
가로수, 신호등, 가로등이 하얀 눈모자와 옷을 입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을 뿐이다.




도청에 도착하니 서서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경남도청에는 경남의 땅 모양 연못이 있다.




눈이 귀한 창원, 마산, 진해, 거제까지 눈이 내렸으니 오늘 하루는 경남이 눈으로 덮였다.
남해대교와 거제대교도 눈에 덮였다.





경남 땅 모양 연못에도 눈이 내려 이국적 풍경이 되었다.
몇몇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내린 눈이 온전한 모습으로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앞으로 경남에서 아니 창원에서도 눈 구경을 자주 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이산화탄소에 따른 온실효과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그에 따라 여러 기상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난 그렇게 신빙성 있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신 인간의 시간이 아닌 지구의 시간, 우주의 시간으로 그럴 때가 되어 그런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앞으로 경남에도 눈이 자주 오지 않을까.




도청에서 사진 찍기를 끝내고 중앙역 야경과 여기저기의 야경을 담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하는데
땡기는 뭔가가 없다.
이거 블로거로서 야단날 일이다.




대충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오니
골목에도, 지붕에도, 오토바이 위와 감나무에도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그리고
빨랫줄에도 눈이 널려 있다.
모처럼 내린 눈이 바람에 날려갈까 봐 빨래집게가 꼭 붙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