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 생각/삶! 때론 낯선

집없는 사람은 수술입원도 못한다

by 구르다 2011. 1. 11.
참 어이없고 황당하였습니다.
지난해 일입니다. 가족이 다쳐 수술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당장 수술 날이 잡히지 않아 입원을 먼저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입원을 하기 위해서는 입원서류가 필요했습니다.
그 서류라는 것이 재산세 납부 증명서나 일정금액 이상의 재산세를 낸 보증인을 세우라는 것입니다.
참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황당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하나하나 물었습니다.
보증인을 세우는 목적이 무엇이냐? 선뜻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그야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선결제를 하면 보증인이 필요 없느냐? 그렇다고 합니다.
그럼 병원에 근무하는 지인을 보증인으로 세워도 되느냐? 그렇다고 합니다.

결국, 돈을 받지 못할 것을 대비해서 보증인을 세우는 것입니다.
집도 없고, 보증인도 없으면 입원도 하지 못하는 더러운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집 없는 사람은 잠정적으로 병원비를 떼먹을 소지가 있다고 가정을 한 것입니다.
참 기분이 더러웠습니다.


병원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뭐라고 하는 것이 싫어서, 그럼 선결제를 하겠다고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 진료 내역이 없는 선결제한 병원영수증



입원기간을 산정하고, 담당과에 전화를 걸어 병원비가 얼마가 될지 예측을 합니다.
그리고 진료비 내역이 없는 200만 원 영수증을 받았습니다.

시청에 가서 부모님의 재산세 납부명세서를 끊어서 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번거로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 병원에서 내준 안내서의 환자의 권리와 책임



병원에서는 환자의 책임보다는 권리가 우선합니다.
"환자는 인격적인 대우와 최선의 진료와 간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 병원 안내서에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환자의 책임 제일 마지막이 "재정적 의무 책임입니다."
그런데 그 재정적 의무 책임은 치료가 끝난 후에 발생하는 사후적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을 우선으로 하여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치료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병원은 비영리입니다. 병원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병원운영진이 나누어 가질 수 없습니다. 영리병원이 되면 그렇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비영리인데도 이러한데 영리병원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끔찍합니다.

교육과 의료는 이제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21세기에 교육과 의료는 인간다운 삶의 기본이지 않을까요?


* 한 가지 덧붙이면 선택진료가 있습니다. 보험적용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이것을 강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랬습니다.

"여기에 사인을 해주세요."
"수술 담당 의사가 ***인데, 마취는 ***. **는 *** 라고 합니다."
그래서 자세히 읽어 보니 선택진료였습니다.

그래서 물었죠. 보험료 적용과 의료진이 바뀔 수 있느냐?
근데 말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담당의사는 선택진료의와 세트가 아니면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사인을 했지만 기분은 참 더럽더군요.

차를 사더라도 기본이 있고 그것에 옵션을 답니다. 옵션을 달지 않아도 기본으로도 차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근데 병원에서는 옵션이 우선이고 기본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선택진료라고 합니다.
좀 솔직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병원의 설립이념이 '인술제세' 즉 '인술로써 세상을 구한다.'입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환자는 돈이고, 인술은 돈을 만들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주변에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같은 경험을 이야기했고, 혹시 모르니 글을 블로그에 올리더라도 수술과 치료가 끝나고 나서 하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일리가 있다 생각하여 글을 늦게 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