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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치수다

새총 맞고 헬기 프로펠러 고장!?

by 구르다 2010. 12. 31.
노동자가 쏜 새총에 맞아 헬리콥터 프로펠러가 고장 났다며 대한민국 경찰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고 퇴직금을 압류하였다면 믿겠습니까?

설마 하겠지만, 엄연히 2010년 대한민국에서 진행되는 손해배상 소송사건 중의 하나입니다.

기억하십니까?
2009년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 먹튀 상하이 자동차, 헬기에서 뿌린 체루액에 스티로폼이 여지 없이 녹아내렸던 뉴스 말입니다. 


솔직하게 기억하지 않습니다. 아니 다시 기억할 기회도 없습니다.
군함이 가라앉고,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지고, 4대강은 죽어가고, 국회 난투극에 날치기 쇼까지 하루하루 얼마나 많은 사건 사고가 터지는데 이미 지난 일을 찾아서 기억할 여유가 있겠습니까?
 
2009/06/26 - 쌍용엔진공장 행복과 꿈은 사라지고 주인잃은 붉은장미만..
2009/08/06 - 무자비한 노동자 사냥이 국가브랜드?






그러니 이미 과거 사건인 일개(?) 쌍용자동차 파업을 기억하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우습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일로 11명이 자살하였습니다. 싸움이 끝나고도 4명이 자살했습니다.
그리고 또 자살 충동을 느끼는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2009년 창원 쌍용자동차 엔진공장 520명 노동자 중 130명이 평택공장에 상경투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선봉대가 되었다고 합니다.
싸움이 끝나고 창원 공장 노동자들은 노조확대간부까지 구속되었고, 선봉대장 등 3명은 재판을 받고서야 나왔습니다.
520명 창원공장 노동자 중에 희망퇴직, 무급휴직, 정리해고, 징계해고자 수가 120명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손해배상 소송과 재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 쌍용자동차 해고자 원직복직 쟁취 천막농성. 2010.12.20. 창원



해고자들은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회사의 손해배상 소송 압류와 대한민국 경찰의 손해배상 소송 압류로 퇴직금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선봉대장을 했던 분은 몇천만 원의 퇴직금 중 달랑 백만 원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경찰의 손해배상 내용 중 하나가 "새총에 맞아 헬리콥터의 프로펠러가 고장이 났다."는 것입니다. 참 어이가 없습니다.

정리해고자와 징계해고자 20여 명은 쌍용차 해고자로 찍혀 어디 취업도 할 수 없고, 취업하더라도 쌍용자동차 해고자인 것이 알려지면 당장 쫓겨난답니다. 이것은 단순한 해고가 아닌 사회활동에 대한 사망선고와 같은 것입니다.


파업을 끝내며 정부와 기업이 약속했던 손해배상 철회를  이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무급휴직자를 복직시키지 않고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고 있답니다.

또 애초 쌍용자동차 사태는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 우리 자동차 기술만 넘겨주고 먹튀 당한 것에서 발생했는데, 다시 인도 자동차 회사에 헐값 매각하려 한답니다.
노동자들 사이에는 매각 과정에 무급휴직자 해고와 또 다른 추가 해고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노동강도만 계속 높아지고 있어 노동자들은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답니다.

파업이 끝나고 사측을 옹호하는 노조집행부가 구성되어 산별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노조로 전환하였으며, 부당함이 있어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조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24명의 쌍용자동차 창원공장 해고노동자들이 12월부터 창원공장 입구 잔디밭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 후원 CMS 신청서를 전달하는 부산지하철 박양수 노조위원장



천막농성은 4명의 해고노동자가 상주하여 진행하며, 나머지 해고노동자들은 돌아가며 출근 선전전을 진행합니다.
또, 20명의 해고 노동자는 막일로 생활비를 벌고 있으며 매월 10만 원의 투쟁기금도 보탭니다.

이분들의 요구는 단 한 가지입니다.
원직으로 복직하는 것입니다.
위원장은 모든 해고자가 복직한 뒤 맨 마지막으로 회사에 걸어 들어가겠다는 각오로 싸운답니다.




지난 12월 20일 부산지하철노조 박양수 위원장과 집행부가 천막을 찾았습니다. 부산지하철 노동자 60여 명이 쌍용자동차 해고자를 후원하겠다는 CMS 신청서를 전달하고 지지 격려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참 가슴 따뜻한 모습이었습니다.

2011년에는 죽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동료를 찾아 발 동동 구르는 안타까운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