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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4대강운하저지

개비리 기우제로 함안보 침수됐어도 무죄!

by 구르다 2010. 7. 20.
오죽하면 큰 비가 내려 4대강 공사현장 모두를 쓸어버리고 흔적도 남기지 말았으면 하고 빌까요?
국민을 이렇게 악하게 만드는 정부는 결코 좋은 정부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비야 내려라! 석 달 열흘 퍼부어서 4대강공사 현장을 쓸어버려라! 라고 기우제를 지내는 것은 무죄입니다.

단, 두 번의 비로 낙동강의 합천보와 함안보가 물에 잠겼습니다.
7월 11일, 12일 내린 비는 남부지방의 가뭄을 어느 정도 해갈하였습니다.


그리고 16일과 17일 내린 비는 4대강 공사현장을 거침없이 덮쳤습니다. 절대 가볍지 않은 사건임에도 언론 통제가 있었는지 보도하지 않은 방송사도 있습니다.

온 국민의 반대에도 귀를 틀어막고 공사를 강행하는 정부를 보면서 하늘에 빌었습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나서 4대강 공사하는 것을 쓸어버리고 다시 공사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 말입니다.

아마, 그런 바람을 가진 것은 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봄에는 그런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했습니다. 피해가 좀 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4대강 공사를 강행하여 미래세대에까지 짐을 지우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라고 말입니다.

▲ 창녕 남지 용산마을 배수장 옆의 주인 잃은 배



그런데 6.2 지방선거의 결과에도 꿈적하지 않는 정부를 보고는 이것이 4대강을 걱정하는 국민의 소원이 되었습니다.
이외수 옹은 석 달 열흘만 내리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하였습니다.



바람 불으소서 비올 바람 불으소서
가랑비 그치고 굵은 비 내리소서
물통이 넘쳐 사(死)대강 공사 아작내소서



지난 7월 11일 4대강사업 19공구 구간인 창녕 남지 개비리길을 걸었습니다.

그날은 비가 왔습니다.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이 힘들었지만, 길을 걷는 이 모두가 좀 더 퍼부어라, 좀 더 세차게 내려라. 외치고 빌었습니다.

오죽하면 이랬을까요? 바로 이것이 민심입니다.

▲ 창녕 남지 개비리길 2010.7.11




창녕 남지 개비리길에서 마주 보는 함안과 의령 쪽은 벌거숭이 산 하나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낙동강 뱃속에 든 모래를 끄집어 내어 산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강에도 수많은 생명이 있는데 참 몹쓸 짓입니다.




그렇게 걸어 창아지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낙동강으로 다들 내려갔습니다.
길잡이를 하신 분이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이곳에 어쩌면 앞으로 다시 설 수 없을지 모른다.'라는 말을 합니다.
잠시 숙연해집니다.


▲ 비 내리는 창녕 남지 개비리 낙동강 2010.7.11




이곳에서 우리만의 기우제를 지내기로 했습니다.

일행 중 얼마 전 딸과 제주도 미술관 여행을 다녀오신 분이 발렌타인 21년산을 준비했습니다.
평소 동행길에는 막걸리가 길동무가 되었는데 이날은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술병 뚜껑을 따고 가장 먼저 낙동강 용왕에게 술을 올렸습니다.
이대로 두면 안 되니 제발 비를 내려 4대강 공사를 막아달라고 빌었습니다.
함께 길을 걸은 동행인 모두의 마음이 그랬습니다.

▲ 창녕 남지 창아지마을(개비리길끝, 시작) 낙동강변 2010.7.11




이날 길을 안내한 분은 4대강 공사를 위한 문화재조사를 거부하고 연구원을 박차고 나온 분입니다.
그리고 4개월을 홀로 찬바람 맞으며 걸어 망가지는 낙동강을 카메라에 담고,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그래서 노래에는 더 절절함이 배여 있습니다.

이날 개비리길 동행에 함께한 우리는 미친 사람처럼 낙동강에서 비야 내려라, 퍼부으라 하며 기우제를 올렸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돌아오는 길에는 더 세차게 비가 내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16일 내린 비로 18공구 함안보 공사현장은 물에 잠겼습니다.
직접 그 현장을 보지는 못했지만, 함안에 사시는 분이 16일 비에 침수되는 17일의 사진을 글과 함께 보내왔습니다.

오죽하면 큰 비가 내려 4대강 공사현장 모두를 쓸어버리고 흔적도 남기지 말았으면 하고 빌까요?
국민을 이렇게 악하게 만드는 정부는 결코 좋은 정부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비야 내려라! 석 달 열흘 퍼부어서 4대강공사 현장을 쓸어버려라! 라고 기우제를 지내는 것은 무죄입니다.


모든 사람은 함안보가 침수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어제부터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합천보와 함안보 그리고 강변에 쌓여 있는 준설토를 생각했다. 보가 물에 잠기고 준설토가 빗물에 씻겨 다시 강으로 돌아가고 낙동강이 4대강사업 공사현장 모두를 수몰시키고 아무 흔적도 남기지 말았으면 했다.

7월17일 오전 10시50분 함안보 가물막이 공사현장 안으로 낙동강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다. 앞에 서 있는 교각 두 개를 확 쓸어버렸으면 좋겠다.




낙동강물이 함안보 가물막이를 비집고 공사현장 안으로 쏟아지고 있다.




7월17일 오전 11시50분 그새 물이 많이 차올랐다.




함안보 상류에 있는 밀포늪이 거의 머리부분만 남아 위태롭다.




함안보 우안 옆에 있는 마을이 역시 강물이 가까이 다가가 위태롭다. 자리를 옮겨 마을로 들어가 주민들을 만났다. 정작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은 이런 비로는 아무 일도 없다며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우리를 오히려 진정시켜준다.




함안 쪽으로 넘어와서 광려천이 흘러들어오는 낙동강본류 오른쪽이 함안보 상류에 있는 밀포늪 모습이다.




함안보 우안의 함안 마을 쪽으로 자리를 옮겨보았다. 그사이 보 가물막이 안이 거의 다 찼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은 준설을 하여 강물의 유속을 빨라졌다고 하였다. 하지만, 준설로 인하여 빨라진 유속은 보에서 가로막혀 헛일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낙동강물을 평생 보고 살아온 주민의 이 말은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의 예측과 닮았다.

* 글, 사진 제공 마창진환경운동연합